도배를 하면서/권영하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시·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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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1-02 01:26
입력 2023-01-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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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붙어 있는 낡은 벽을 뜯어내고
벽지를 살살 풀어 재단해 붙여보면
꽃들은 뿌리내리며
벽에서 피어난다

때 묻고 해진 곳에 꽃밭을 만들려고
온몸에 풀을 발라 애면글면 오른다
흉터를 몰래 감싸고
생채기를 보듬으며



직벽도 척추 없이 단번에 기어올라
천장에 땀 흘리며 거꾸로 매달려도
서로를 응원하면서
깍지 끼고 버틴다

보일러를 높이거나 햇빛살 들이거나
실바람 끌어다가 방 안에 풀지 않아도
팽팽히 힘줄을 당겨
꽃동산을 만든다
2023-01-02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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