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결승 1국] 기가 막힌 사연
수정 2006-08-19 00:00
입력 2006-08-19 00:00
●흑 허영호 5단 ○백 원성진 7단
허5단은 황당했지만, 마지막이라고 계시를 하는 데에야 항의할 틈도 없이 허겁지겁 착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대마를 잡으러 가는 수가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고, 그래서 흑95로 지킨 것이다.
계시원의 실수는 허5단의 실수로 이어졌고, 그 탓에 허5단은 사실상 패배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 뒤로 계속해서 변화를 구하고 승부수도 날렸지만 바둑이 진행되면서 흑의 패배만 점점 더 확실해지는 상황이었다. 보통이라면 이미 돌을 거뒀을 상황에 이르러서도 오기를 부려서 계속 두어갔던 것은 아마도 이 ‘억울한 초읽기’에 대한 반발 심리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성진 7단도 이 바둑은 억울하다. 상변 패싸움을 아예 하지 않았어도 이겼고, 패를 양보하지 않고 계속 패싸움을 했어도 이겼다. 또 패싸움을 한 뒤에도 유리했다. 그런데 백210,238의 실수에 이어 248이라는 패착을 둠으로써 한때는 반면으로 유리했던 바둑을 반집 차이로 패하게 됐으니 이렇게 억울할 때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사연이 깃든 결승1국은 허5단의 승리로 끝났다. 파란만장했던 대국이다.
(152=132,155=141,158=132,169=141,172=132,177=141,180=132,182=161,
183=141,186=132,189=141,192=132,195=141,196=184,198=132,201=141,
203=179,204=132,207=141,209=132,266=187,291=129,295=230)
301수 끝, 흑 반집승
(제한시간 각 10분, 초읽기 40초 3회, 덤 6집반)
유승엽 withbdk@naver.com
2006-08-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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