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맞나?’…망가진 반구대 암각화
수정 2010-07-20 16:22
입력 2010-07-20 00:00
암각화 연구가이자 수묵화가인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는 20일 “20년 전인 1982년과 지금의 반구대 암각화 모습을 비교해 볼 때 반구대 암각화는 원형을 거의 훼손했다”고 밝혔다.
6천년전 선사인의 바위그림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불과 20년만에 훼손이 너무 심해 바위그림조차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위 사진은 1982년 반구대 암각화의 사진으로 새끼를 등에 업은 고래, 거북이, 양, 호랑이 등 갖가지 그림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아래 사진은 2008년 촬영된 사진으로 바위 표면과 그림이 너무 훼손돼 그림을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20일 현재 반구대 암각화는 물속에 잠겨 있다.
<<한국전통문화학교 김호석 교수제공>>
울산=연합뉴스
김 교수는 “290여개의 그림은 손상되지 않은 부위가 없고 그림 부근의 암석은 130여곳이 떨어져 나갔다”며 “20년 전과 그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 현재로선 선사유적의 가치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봤던 1965년을 회상하며 “발견 당시 반구대 암각화는 눈으로 봐도 바위그림이 선명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그동안 연구원들이 훼손하고,물에 잠겼다가 나왔다가 하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바위의 겉면이 한 꺼풀 떨어져 나가면서 바위그림도 망가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증거로 20년 전 반구대 암각화의 모습과 2008년도 봄에 찍은 사진을 연합뉴스에 제공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6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5∼6차례씩 200여차례 이상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해 그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암각화 연구가다.
또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토목공학과)는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은 남대문이 불에 탄 것과 같다”며 애통해했다.
이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는 정면에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라며 “이는 암각화를 발견한 이후 40년간 무지한 후손들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는 점토가 굳은 암석 셰일(shale)이 2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땅이 갈라지면서 발생한 열로 겉면이 도자기처럼 굳은 변성암인 ‘호온펠스(hornfels)’ 위에 새긴 그림”이라며 “2∼3㎜의 호온펠스 층이 깨지고 그 속 점토로 물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면서 급격히 죽어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반구대 암각화를 물에서 건져내 말려야 한다”며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서로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반구대 암각화를 영영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호석 교수는 “다음 달에 한국문화를 해방하자는 의미에서 문화지식인 1만명 서명운동이 전개될 것”이라며 “그 첫 운동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내자는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유산의 자존심”이라며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암각화를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구대암각화는 신석기∼청동기 시대 선사인이 높이 3m,폭 10m의 수직 바위 면에 고래를 비롯한 각종 동물과 도구,사람얼굴 등 290여점을 새긴 그림으로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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