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천황제 논의 비켜가는 한 진정한 식민지 사과는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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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7-22 01:06
입력 2009-07-22 00:00

한일사상사 연구 윤건차 가나가와대 교수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65) 가나가와대 교수는 30년간 한·일관계와 민족문제 연구에 매진해왔다. 해방 직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그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란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일 현대 사상사와 지식인 사회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포착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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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한·일관계와 민족문제 연구에 매진해온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 가나가와대 교수는 한·일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양국 지식인의 사상적 흐름을 비교분석한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1945년 이후의 한국·일본·재일조선인’을 최근 국내에서 출간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30년간 한·일관계와 민족문제 연구에 매진해온 재일동포 학자 윤건차 가나가와대 교수는 한·일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양국 지식인의 사상적 흐름을 비교분석한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1945년 이후의 한국·일본·재일조선인’을 최근 국내에서 출간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한국 지식인의 이념 지형도를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킨 ‘현대 한국의 사상 흐름’(2000년)과 ‘한·일 근대사상의 교착’(2003년) 등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윤 교수가 지난 5년간 한·일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양국 지식인의 사상적 흐름을 비교분석해 집필한 신간 ‘교착된 사상의 현대사-1945년 이후의 한국·일본·재일조선인’(창비 펴냄)이 국내에 출간됐다.

지난해 ‘사상체험의 교착’이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먼저 소개된 것으로, 지금까지 그가 연구한 한·일 사상사 연구의 결정판이다. 이 책과 첫 시집 ‘겨울숲’(화남 펴냄)의 동시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를 지난 20일 서울 명동에서 만났다.

윤 교수는 “‘사상체험’은 머릿속 생각만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가 현재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 책은 1945년 해방 또는 패전 이후 한국, 일본, 재일조선인의 역사 속에 각인된 사상체험에 대한 탐구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연구는 정보 수집이 어려워 거의 다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가 보기에 일본 사회의 근원적인 사상 과제는 천황제이다. 그는 “마루야마 마사오, 와다 하루키 등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도 천황제 문제는 비켜간다. 천황제에 대한 논의가 터부시되는 한 식민지 과거를 둘러싼 일본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한국은 일본 측에 사과를 계속 요구하되 섣부른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최대 과제는 남북 분단의 극복이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또 통일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지만 식민지배의 유산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과업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 책에서 독특한 시도를 했다. 한국, 일본, 재일조선인의 사회상을 대표한다고 보는 시 68편을 뽑아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 그는 “사회과학으로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려면 문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시를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 시에는 일본과 남북한, 세 개의 나라 사이에서 살 수밖에 없는 재일조선인으로 어떻게 고민하고 투쟁하며 살아왔는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시집 ‘겨울숲’은 대학 때 썼던 시와, 지난해 아내와 사별한 뒤 집중적으로 쓴 시들을 모은 것이다.

윤 교수는 향후 과제로 ‘자이니치 정신사’ 연구를 꼽았다. 재일조선인 2세대로서 1세대와 3세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마도 자서전을 쓰는 느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안식년인 그는 가을 학기에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맡는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9-07-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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