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봉 영화 ‘엄마’ 주연 고두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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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4-01 07:55
입력 2005-04-01 00:00
“나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지난해 KBS와 MBC 양 방송사에서 연기대상을 받은 고두심(54)의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4년 전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를 ‘종교’라고 표현하는 그녀.33년 연기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 어머니’의 표상으로 살아온 고씨가 ‘인어공주’에 이어 영화 ‘엄마’(감독 구성주·7일 개봉)로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에까지 강한 모성애을 전파하고 있다.

어지럼증 때문에 차 못타는 68세 촌로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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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심 씨
고두심 씨 고두심 씨
“영화를 찍는 동안 우리 일곱 남매를 키우신 부모님 생각이 간절했어요. 어렸을 때 머리맡에서 ‘자식들 밥이나 제대로 먹여 키울 수 있을까’걱정하시던 모습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영화속 ‘엄마’는 마흔 넘어 늦둥이 막내딸을 낳다가 어지럼증이 생겨 차를 타지 못하는 68세 촌로. 그러나 금쪽같은 막내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굳은 결심으로 전남 해남에서 목포까지 3박4일간의 도보여행을 감행한다. 차로 가면 1시간 남짓인 거리. 그러나 자식들과 함께 한발한발 내딛는 여정에는 어머니의 다사다난한 삶을 대변하듯 신작로, 황톳길, 산길 등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작년 6월부터 두달 남짓 촬영했는데 뙤약볕 내리쬐는 길에서만 찍다보니 얼굴이며 목이 새까맣게 타서 말이 아니었어요. 그땐 그런 걸 몰랐지요. 나중에야 ‘아이구, 미쳤군’싶더군요. 여배우 얼굴이 이게 뭔가 해서요. 뒤늦게 오이 마사지며 팩한다고 고생 좀 했지요.” 배역에 몰입하면 앞뒤 안 재는 습관은 오래 전부터 몸에 배었다.1990년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에서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역을 할 때는 ‘앞으로 배우 못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육신을 내던졌다.

“처녀적부터 이상하게 어머니나 할머니역만 들어왔어요. 처음엔 그저 배우가 된다는 생각에 싫은 줄도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좀 섭섭하기도 해요. 그 나이때에 할 수 있는 예쁜 역할들을 못해 본 것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그래도 크게 후회는 안 해요.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하니까.”

아이들에게 좋은기억 주는 엄마 되고파

세월이 흐를수록 ‘내리사랑’이란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영화에서 막내딸 주려고 품에 꼭 싸안고 가는 부적은 그런 ‘내리사랑’의 징표이다.“돈도 아니고 뭐 그렇게 중요한 거냐고 타박할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엄마의 마음이죠. 시집가는 막내딸이 측은해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 두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니 그 심정을 뼛속까지 알겠더군요.”

고씨는 문득문득 부모가 된다는 것에 공포감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 부모가 나에게 해준 것만큼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다.“아이들은 저보고 ‘좋은 엄마’라고 얘기하지만 다 믿지는 않아요. 그저 어머니가 나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좋은 기억만 남겨준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 봉사활동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고씨의 생활 태도도 ‘열심히 살아라’‘눈높이를 낮춰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6~7월쯤 ‘친정엄마’로 연극무대 설 계획

드라마 ‘한강수타령’도 종방됐고, 영화도 곧 개봉하고 나면 당분간 쉬면서 숨을 고를 생각이다. 그러고 나서 6월이나 7월쯤 연극무대에 설 계획이다. 제목은 ‘친정엄마’.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무대에서 고씨가 보여줄 어머니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2005-04-01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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