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49억원 수뢰 전면 부인… 예상 밖 ‘정치 도박’ 배수진
수정 2013-08-23 00:34
입력 2013-08-23 00:00
내외신 200명 몰린 中 ‘세기의 재판’ 첫날
“재판장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중국의 법에 따라 저의 죄를 심리해 주기 바랍니다.”
지난 AP 연합뉴스
이날 공판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보시라이가 다롄국제발전공사 탕샤오린(唐肖林)과 다롄스더그룹 이사장 쉬밍(徐明)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1999∼2012년 사이 이들로부터 2179만 위안 규모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적시했다.
보시라이는 이날 법정에서 대면한 쉬밍의 증언을 전면 부인했다. 쉬밍이 구카이라이(谷開來)에게 프랑스 별장을 사주고 보과과(薄瓜瓜)에게 학비, 여행경비, 자동차 구입비 등 자금을 대준 사실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쉬밍은 자신의 친구가 아니라 구카이라이의 친구이며 자신은 구카이라이와 거의 떨어져 지냈기 때문에 시시콜콜하게 이야기를 들을 시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동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증인 탕샤오린이 보시라이에게 돈을 준 날짜와 장소를 열거하며 뇌물을 주고 사업상의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자신은 속은 것이며 탕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을 무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보시라이는 탕으로부터 세 차례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한 증거로 부인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검찰이 공소장에 첨부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부부만 아는 집 금고에서 아들 보과과의 학비를 꺼내 썼다는 주장은 “웃기고 가소로운 소리”라고 일갈했다.
그가 이같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은 억울함을 호소함으로써 권력 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치인으로서 이미 사형 선고를 받은 마당에 마지막 정치도박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23일 열리는 공판에서 논의될 부인의 살인사건 무마 등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좌파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그의 ‘반전’을 반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보시라이의 법정 진술 태도와 상관없이 당초 예상대로 15~20년가량이 구형될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편 당국은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은 자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재판 내용을 문자로 비교적 자세하게 공개했다. 임시 프레스센터 격인 법원 인근 지화(吉華)빌딩 6층에서는 형식적인 차원이었으나 브리핑도 2회 실시했다. 재판도 결과가 정해진 만큼 반나절이면 끝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이틀간 진행된다.
류옌제 지난시 중국인민법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시라이는 본인이 위탁한 변호사 2인으로부터 기소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뒤 재판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심리는 공개 원칙과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시라이의 신변에 대해서는 “정서가 안정되고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소개했다. 변호인 2인이 소속된 더헝(德恒)법률사무소는 당 중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보시라이를 지원하기 위한 좌파의 난동을 경계한 듯 이날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인근 1㎞ 이내로 차량 진입을 전면 통제했으며, 길목마다 정·사복을 입은 경찰들을 대거 배치했다. 지난에는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취재 경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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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가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
왕리쥔(王立軍) 전 중국 충칭시 공안국장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 재판에 휄체어를 타고 나와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2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가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법정에서 수갑을 찬 채 서 있다.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인터넷 웨이보 -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
AFP 연합뉴스 -
중국 태자당(혁명 원로 및 당·정·군 고위 인사의 자제)의 황태자 보시라이(가운데) 전 충칭시 당서기의 재판이 22일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렸다. 보시라이의 이번 재판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던 중국 권력층 내부의 치부와 암투가 대중 앞에 낱낱이 공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례적으로 재판 공개 방침을 밝힌 법원이 언론에 공개한 사진에서 보시라이가 흰색 셔츠 차림으로 두 손을 엇갈려 내린 채 법원 공안 사이에 침울한 표정으로 서 있다.
지난 AP 연합뉴스 -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오른쪽 흰셔츠)가 22일(현지시간)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받고 있다. 양 옆에 경찰관의 모습도 보인다. AP 연합뉴스 -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재판이 22일(현지시간)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시작된 가운데 보시라이의 지지자들이 마오쩌둥의 얼굴이 들어있는 포스터를 들고 법원 밖에 모여있다. AP 연합뉴스 -
뇌물 수수,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 겸 정치국원의 재판 개시일인 22일(현지시간)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 앞에서 그의 출두를 앞두고 경찰이 경비에 나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
뇌물 수수,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 서기 겸 정치국원의 재판이 시작된 22일(현지시간) 그와 다른 재판 참석자들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차량행렬이 산둥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
보시라이 전 중국 충칭시 당서기의 재판이 예정된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앞에서 21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20년간 검은 사회(20年 黑社會)’라는 문구를 써 넣은 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
지난 2007년1월 당시 보시라이 상무부장과 구카이라이(오른쪽)부부가 보이보 추모식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AP 연합뉴스 -
산둥성 지난시 중급인민법원 계단을 줄지어 올라가고 있다. 대만 중국시보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에 대한 재판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져 이날 이곳 법원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AP 연합뉴스
지난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3-0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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