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 테러범 오인받은 무슬림 여성, 美시카고시·경찰 제소
강병철 기자
수정 2016-08-13 09:37
입력 2016-08-13 09:37
12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현재 시카고에 사는 이트미드 앨-마타(32)는 전날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시카고 경찰이 인종차별적 검문 관행과 편견에 의해 자신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앨-마타는 작년 7월 4일 머리와 얼굴을 가린 이슬람 여성 전통 복장을 하고 시카고 전철역 안에서 이동하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아 경찰에 체포됐다.
전철역 보안카메라에 잡힌 영상을 보면 앨-마타가 역내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경찰관 5명이 뒤따라와 앨-마타를 붙잡고 바닥에 주저앉힌다.
앨-마타는 소장에서 “경찰이 머리쓰개(히잡)와 얼굴가리개(니캅)를 강제로 벗겼으며, 경찰서로 연행된 후 알몸 수색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히잡과 니캅이 이같은 대응을 불렀다”며 시카고 경찰을 권력 남용·불법 체포·악의적 기소·종교적 표현 자유 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미국 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시카고 지부 자문변호사 필 로버트슨은 “외국인 혐오증·이슬람 공포증·인종차별적 검문 관행이 합해져 빚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일 사건 보고서에서 “독립기념일을 맞아 테러 행위에 대한 경계가 강화된 상태에서 앨-마터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였다”며 “자살 테러를 수행하려는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앨-마터가 ‘결의에 찬 태도로 빠르게’ 걷고 있었다는 점, 발목 주위에 폭발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 가슴에 배낭을 끌어안은 점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앨-마타는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쁘게 걷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발목에 차고 있었던 것은 중량 밴드(ankle weights)로 확인됐다.
경찰은 테러리스트 혐의를 벗은 앨-마타를 체포 거부 및 명령 불복종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올 초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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