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테러 키웠다”
미국 정부를 비판하는 진영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 정보기관 스스로의 판단이다.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침공 및 점령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양산해 전세계적 테러 위협을 높였다는 것이 이제 정설로 굳어지게 됐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16개 정보기관들이 2004년부터 지난 4월까지 작성한 ‘세계 테러경향-미국에 대한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전이 테러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기밀로 분류돼 있어 신문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 10여명을 인터뷰해 이같은 내용을 파악했다. 이들 중에는 부시의 대테러 정책을 지지하는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이 서명한 이 보고서는 백악관과 하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보다 훨씬 더 많은 테러리즘 확산의 책임을 이라크전에 돌리고 있다. 이라크전에 참여한 외국의 무슬림 전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급진적 이념을 전파하고 국내 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이라크 침공 두 달 전에 미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전망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라크전이 정치적 이슬람 세계를 더 공고히 하며 테러리스트의 목적을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이다.NIC는 지난해 초에도 이라크가 차세대 테러리스트의 기초 훈련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슬림의 라마단이 시작된 23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종파분쟁에 따른 테러가 잇따랐다. 바그다드의 시아파 빈민가 사드르시티에서 폭탄테러가 발생, 최소 38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자마트 준드 알 사하바’는 “시아파 자살테러단이 22일 수니파 가정과 사원을 공격,4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라크의 한 저항단체는 이날 미군의 이라크 소녀 강간·살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부대 소속 병사 2명을 납치, 화형시킨 비디오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시체에서 절단된 다리에 불을 지르고 머리를 발로 차는 장면도 포함됐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