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패키지 관광의 허실/서동철 논설위원
수정 2013-07-25 00:04
입력 2013-07-25 00:00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패키지 여행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중국과 동남아로 나가는 30만원 미만 상품의 경우 가이드팁과 선택관광 등 명목의 추가 비용이 평균 86.4%나 됐다. 34만 9000원짜리 여행을 떠나 47만 6000원이 더 들어간 방콕 패키지도 있었다고 한다. 값싼 패키지 여행이 그러려니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 한국인의 해외 여행 케이스지만, 외국인의 한국 여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잘못된 여행 산업의 구조 때문이다. 원가도 안 되게 손님을 끌어들인 현지 여행사는 국내 여행사에 하청을 준다. 현지 여행사는 여행비를 모두 챙기지만 부담하는 것은 항공료 정도. 처음부터 손해를 떠안은 국내 여행사는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한다. 그럼에도 수익원은 상점에서 받는 커미션이 유일하니 너무나도 ‘떳떳하게’ 쇼핑을 강요한다.
싸구려 관광의 악영향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관광 산업 진흥의 선봉에 서야 할 관광가이드들이 정해진 보수 없이 알아서 수입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관광은 ‘인증 사진’ 남기기에 그치고, 쇼핑은 바가지 업체만 전전한다. 여행의 즐거움인 먹거리에서조차 커미션이 나와야 하니 맛을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 숙소는 서울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외곽도시의 이른바 러브호텔이 일반화됐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 아니더라도 야릇한 분위기가 달가울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업계가 ‘한국은 싸구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며 제값을 받는 고품격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데 스스로 나서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세상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싸구려 패키지 관광이 없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7-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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