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퇴근했어요?/안미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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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기자
수정 2022-04-05 02:58
입력 2022-04-0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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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길섶에서
오미크론 탓에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이 주변에 아직 많다. 선배 한 분도 한 달 넘게 재택 중이다. 꼬박꼬박 출근하는 선배의 부인은 퇴근이 일러 오후 대여섯 시면 집으로 돌아오는데 남편을 보면 조심스럽게 이렇게 묻는단다. “퇴근했어요?”

처음 그 얘기를 듣고는 박장대소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혜’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거실에 앉아 있어도 일하다가 잠시 쉬러 나온 것일 수 있다. 반대로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일을 끝내고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는 것일 수 있다. 집에서의 일과 쉼 표시가 명확지 않다 보니 대놓고 물어볼밖에….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사는 또 다른 지인은 은퇴한 뒤 2층을 사무실로 선포했다. 아침 9시에 2층으로 올라가 오후 5시에 1층으로 칼퇴근한다. 2층에 있을 때는 ‘출근 상태’이니 쓰레기를 버리라는 등 집안일을 시키지 말라는 엄포도 놨다나.

평범한 시민들은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알아서 자율과 규범을 찾아간다. 정치권도 그런 기제가 작동하면 오죽 좋으랴.



안미현 수석논설위원
2022-04-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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