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공양미 3㎏/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수정 2018-07-06 01:03
입력 2018-07-05 23:10
어쨌든 불교신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절에 가도 시주를 하거나 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주 출장길에는 좀 생각이 달라졌다. 암자는 해발 400m쯤에 있다고 했다. 차에서 내려 2㎞ 남짓 등산을 해야 한다. 마트에 들러 1㎏짜리 쌀 세 봉지를 샀다. 그저 깊은 산속에서 수도하는 스님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암자로 가는 능선은 가팔랐다. 불과 몇 줌밖에 되지 않는 배낭의 쌀도 처음에는 부담이 없었지만, 갈수록 조금씩 무게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등산과는 담을 쌓았으니 그럴 수밖에…. 간신히 암자에 닿았다. 불전에 올려놓은 손바닥만 한 쌀 세 봉지는 초라했다. 그래도 뭔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dcsuh@seoul.co.kr
2018-07-0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