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과(謝過)/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수정 2018-03-04 22:22
입력 2018-03-04 22:20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과다. 나의 언행이 옳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어렵다. 상대방이 당한 피해보다 내 입장에서 항변하고 싶은 유혹에 곧잘 넘어간다. 그래서 자꾸만 단서를 붙인다.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 상했다면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실관계가 어떻든 제 불찰이다” 같은 나쁜 사과문이 나오는 이유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지 않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미사여구로만 포장한 사과는 오히려 화를 키울 뿐이다. 각계각층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가해자의 사과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피해자가 진정으로 인정한 사과는 못 본 것 같아 안타깝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2018-03-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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