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시든 꽃나무/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수정 2016-03-16 00:41
입력 2016-03-15 22:44
아침과 저녁 하루에 두 번이나 물을 주고 있지만 시든 잎이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제 시든 꽃나무를 놓아 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3년 전 우리 집에 올 때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지만 주인의 무관심 속에 이름 모를 꽃이 된 게 미안하다. 인터넷을 검색해 이름을 찾았다. 이름은 핫립세이지, 꽃말은 정열의 입술이라고 한다. 강한 볕을 싫어하고 수분을 좋아한다는 특성을 인제야 알았다. 화분을 들여놓으며 가족들에게 책임지겠다며 큰소리친 것부터 부끄럽다.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기적을 바라며 혼자 속을 태우고 있다. 며칠 전만 해도 화분을 밖에 내놓을 날을 손꼽으며 가족들에게 자랑할 생각부터 했었다. 그래서 시든 꽃나무에 대한 미련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3-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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