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할머니의 유모차/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수정 2016-02-22 22:50
입력 2016-02-22 22:50
시골 할머니들에게 유모차는 여러 가지로 유용해 보였다. 평생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한 탓에 허리가 굽고, 무릎도 상해서 이젠 무언가에 의지해서 걸어야 하는데 보행 보조차는 값이 너무 비싸다. 유모차는 훌륭한 대안인 셈이다. 지팡이에는 짐을 실을 수 없지만 유모차에는 물건도 실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할머니의 유모차 안에는 손수건, 간식거리 등이 들어 있었다. 의외의 물건도 있었다. 벽돌 석 장. 벽돌을 아기라고 생각할 리는 없다. 유모차를 용도 변경해서 사용하다 보니 울퉁불퉁한 길에서 뒤집히기 일쑤여서 아기 대신 벽돌을 실어 무게중심을 잡아 주는 것일게다. 할머니들 나름의 생활의 지혜라고 할 수 있지만 보기에 참 쓸쓸했다. 노인 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그늘을 보는 것 같아서였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6-0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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