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인연/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수정 2015-05-22 19:55
입력 2015-05-22 17:56
이메일함을 열어 메시지를 정리하는 데 한참이 걸린다. 사나흘이나 이메일을 방치하는 건 간 큰 짓이다. 그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니 마음 한켠은 서운하다. 열에 아홉은 쓰레기통에 직행될 것들, 뜨문뜨문 건질 것들조차 별 무탈이었다. 급한 용무는 전화나 사람을 거쳐 기별이 닿았다.
무의미한 관계망에 갇혀 있는 줄을 잘 모르고 산다. 옛 애인과 재회하고 짝사랑 상대와 만날 수 있게 억지로 엮어 주겠다는 업체들에 지갑을 털린단다.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 인연 조작이다. 억겁을 지나 만났던 저 무거운 ‘인연’, 돌아보지 않아야 좋을 이 가벼운 ‘관계’. 둘을 구분할 생각이 없으니 우리 사는 일이 더 팍팍하고 시끄럽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5-05-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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