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개수대/정기홍 논설위원
정기홍 기자
수정 2015-02-16 20:09
입력 2015-02-16 18:06
외벌이 집안의 일은 항시 아내 몫이다. 맞벌이 집에는 상차림과 설거지 등 ‘개수대 앞 질서’가 있다지만 얼씬을 못해 봤다. 라면을 하나 끓이려 해도 득달같이 다가서 막아선다. 설거지가 많아진다는 것이 이유다. 직접 끓여 먹는 게 라면 맛 아닌가. 그곳은 ‘무단 접근금지 구역’이고 들어서면 분명 ‘내정간섭’이다. 외진 도린곁 같은 공간, 개수대 초행길은 언제 열릴 건가. 거친 말이 오가는 요즘 한자어일지언정 ‘개수대’를 만난 건 반갑다. 설거지와 청소의 뜻엔 소제(掃除)도 있다. “방 소제 좀 해라.” 어릴 적에는 자주 듣고 썼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5-0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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