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황혼 부부/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4-11-17 00:46
입력 2014-11-17 00:00
중년 부부의 이혼 상담글을 읽었다. 남편이 수년간 딴살림을 하다가 다시 집에 들어온 사례다. 아내의 ‘황혼 이혼’ 요구는 일종의 복수다. 바람둥이가 대체로 그렇듯이 남편은 지금도 제 잘난 듯 뻔뻔스럽게 군단다. 자식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딸들은 “이젠 아버지가 어머니를 놔 줘야 한다”고 하고, 아들은 “여생을 혼자 사는 건 고통”이라며 반대했다. 다시, 방송에서의 할머니가 운을 뗐다. “세상 제 것같이 살던 저 성질에 애간장 얼매나 태웠을까이…. 겉으론 저래 쏘아대도 속정은 깊어.” 저만치서 할아버지가 한마디를 한다. “저 양반, 젊어서 인물 하난 안 빠졌제.” 늘 엇박자로 걸었어도 손은 놓지 않는 게 부부인가.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11-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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