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국민볼펜 유감/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4-09-15 00:00
입력 2014-09-15 00:00
몽당연필을 쓰던 어린 시절, 형들만의 특권이던 볼펜을 몰래 써본 촉감에 엄청난 감탄도 했다. 어떨 땐 “연필로 써야 글씨를 제대로 배운다”는 선생님의 야단도 꽤 맞았던 기억이다. 정말 그때 모습 그대로 외관을 간직해 준 것이 고맙기만 한 ‘손 친구’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이 여름 내내 말썽을 피웠다. 볼펜의 끝에서 묻어나오는 찌꺼기, 이른바 ‘볼펜똥’의 처리 문제다. 딱 ‘그때 그 시절’ 그대로다. 책을 읽다가 밑줄을 치면 어김없이 뭉텅이로 묻어나와 몹시 불편하다. 볼펜을 돌려대며 닦아내기 바쁘다. 손에 묻을 땐 언짢기까지 하다. 짐작건대 양의 20%는 버려지는 것 아닌가 싶다. ‘똥’의 처리 문제를 여태껏 못 바꾼 이유가 궁금해진다. ‘국민 볼펜’의 상징성 때문? 아니면 기술의 문제? 둘 다 아닐지도 모른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9-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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