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병구완/박홍환 논설위원
수정 2014-05-30 00:00
입력 2014-05-30 00:00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병구완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정성이 덜해진다. 환자 돌보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옛 사람들도 이랬는데 하물며 현대인들이야. 그러니 직접 부모 병구완을 못했다고 자책하거나 탓할 필요도 없다.
10년 넘게 부모 병구완을 해온 지인이 최근 한 달 새 양친을 모두 여의었다. 아침, 저녁으로 부모의 수족이 돼 음식을 먹이고 몸을 씻기며, 힘든 세월에 손을 놓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왜 없었을까. 하지만 그는 모친까지 여읜 뒤 힘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곁에 계셨을 때가 행복했어. 이제 나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 주는 내 편은 세상에 없으니까.”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부쩍 많아진 요즘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4-05-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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