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로그인/박찬구 논설위원
수정 2014-05-13 00:19
입력 2014-05-13 00:00
그러곤 세월호 참사로 허공을 뒤척였다. 이메일이 다시 왔다. ‘로그인하지 않은 회원님의 개인정보를 파기하려고…자동 탈퇴 처리되며….’ 글자 하나하나, 선명하고 눅눅해졌다.
이제 막 ‘거위의 꿈’을 키우려던 아이들은 차고 검은 물속에서 순간순간 바깥세상과의 로그인을 얼마나 간구했을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면서, 그 믿음이 허망한 일이 될 수 있다는 단절의 공포에 휩싸이면서, 아이들은 푸르고 따뜻한 소망과 단 한 번이라도 로그인되길 염원했을 테다.
무심결에 계간지 홈페이지를 열었다. 아이들의 로그인에 응답하지 않은 세상, 그 세상에서 로그아웃되지 않으려 자판을 두드리는 나, 옹색하고 부끄럽다. 죄스러움마저 사치스럽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5-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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