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새싹/정기홍 논설위원
수정 2014-03-28 00:00
입력 2014-03-28 00:00
다시 추억이요 향수다. 새싹 예찬만으로 성에 차겠는가. 지난날, 마당 구석에 작은 화단을 만들고 꾹꾹 눌러 심던 꽃들, 이름만 꼽아도 봄볕에 포근함이 묻어나는 채송화, 봉숭아, 과꽃 등이다. 그 옆에서 삐약 대는 노란 병아리 재롱은 또 어떻고. 버리기가 아까운 지나간 한 폭의 봄 풍경이다.
내일이면 얼마 더 자라 있을까. 녀석이 부려놓을 ‘이야기 폭’은 끝없을 듯하다. 봄 곁을 어정거리는 중년의 동심이라면 치기(稚氣)라 할지. 새싹은 곧이어 화려한 옷으로 갈아 입을 터다. 春風和氣(춘풍화기), 봄기운이 강해졌다. 봄은 정녕 포근하고 찬란한 것만은 아니다. 잠시 한시름을 놓는다면 족하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흥얼거려 본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03-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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