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양말/문소영 논설위원
수정 2013-06-05 00:20
입력 2013-06-05 00:00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괴팍한 60대 유명작가 포레스터와 10대 흑인 소년 자말 월러스의 우정은 인종과 부귀와 세대를 뛰어넘는다. 포레스터는 자말의 작문을 지도하면서 선생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어리다고 얕보지도 않는다. 때론 약점을 드러내며 의존하기도 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포레스터의 양말 뒤집어 신기’ 장면도 상징적이다. 사람들이 양말을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솔기를 안으로 해 신어 발이 불편하기 때문에 양말은 뒤집어 신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다. 포레스터는 “네가 꿈을 버리지 않는 아이인 걸 알았을 때, 나 또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고 감사해한다. 오늘 양말을 뒤집어 신어보니 발이 편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06-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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