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백발/박홍기 논설위원
수정 2011-03-31 00:36
입력 2011-03-31 00:00
언젠가 지하철을 탔을 때 젊은이가 “여기, 앉으세요.”하며 일어서는 게 아닌가. 순간 두리번거리는 척하려다 “괜찮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이럴 수가, 머리만 희끗할 뿐인데….” 황당했다. 그 후에도 두어번 지하철에서 ‘착한 젊은이’들을 만났다. 한번은 약국에 들렀을 때 바로 옆에서 의자를 오르내리며 장난치던 한 꼬마의 아버지가 하는 말, “할아버지 귀찮게 하면 안 돼.”
“할아버지라니….” 흰 머리와 나이를 연결 짓는 문화라지만, 예기치 못한 일을 겪을 때 헛웃음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해 본다. “염색으로 변신을 꾀해 봐?” 그러다 바꾼다. “일단 그대로 살면서 나잇값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낫지.”라고.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2011-03-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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