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수첩/주병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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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1-01-03 00:36
입력 2011-01-03 00:00
누구든 해가 바뀌면 바꾸는 것 중의 하나가 수첩이다. 지난 한해 동안 삶의 궤적이 깨알같이 적혀 있는 낡은 수첩은 구석진 곳에 처박아 두고 새 수첩에다 일정을 챙겨가며 한해를 보낸다. 가끔 빛바랜 수첩을 꺼내 뒤적이다 보면 웃음도 나오고, 달마다 빈 공간이 빼곡이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그런 수첩을 새해부터는 쓰지 않기로 했다. 스마트폰 달력으로 바꿨다. 침을 묻혀가며 넘기는 묘한 맛, 죽 펼치면 한눈에 확 들어오는 시원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이기(利器)를 포기할 순 없다.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마음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 그보다는 디지털식 생활습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 컸으리라.



새해 일정을 하나둘씩 문자로 찍어 넣다 보니 새롭기도 하지만 역시 낯설고 서툴다. 하지만 어쩌랴. 끊임없이 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바꾸고 또 바뀌어야 하는 것을.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1-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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