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팡이/이춘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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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11-17 01:06
입력 2010-11-17 00:00
그 지팡이는 십수년 전부터 고향집 방 안쪽에 놓여 있었다. 사용 흔적은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지팡이가 방 입구로 옮겨졌다. 여전히 쓰지 않은 듯했다. 1년 전부터인가 지팡이가 부엌문 밖으로 나와 있었다. 여전히 말끔한 채로였다.

몇달 전부터 그 지팡이가 변했다. 사람 손길을 탄 것 같았다. 지팡이 주인은 허리가 굽은 여든일곱 홀어머니시다.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으셨는데…. 여쭤봐도 사용하지 않으신다고 했다. 동네 분들께 물어봐도 지팡이는 안 쓰신다고 해 위안이 됐었다.



지난달 말 마침내 어머니께서 아들 안색을 살피며 지팡이를 사용하셨다. 들고 걷다가 쉴 때 앞에 짚고 서면 편하다는 설명을 하셨다. 뒤에 대고 쉬어도 편하다며 시범을 보이셨다. 웃었지만 지팡이 짚으신 어머니 모습을 처음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머니는 지팡이와 조금씩 친숙해지면서도, 자식 앞에서는 지팡이 사용을 피하셨던 것 같다. 지팡이가 오래오래 부엌문 밖에 있어야 할 텐데… .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11-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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