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청각장애 부부/황진선 특임논설위원
수정 2010-10-25 00:00
입력 2010-10-25 00:00
전단지에는 음식이 수십여 종 적혀 있었다. 남자는 김치볶음밥과 고기볶음밥을 가리키며 손가락 2개를 내보인다. 그제서야 ‘아! 청각장애인 부부가 음식을 시켜 달라고 부탁하는구나’ 깨닫는다.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하고 위치를 설명한다. 배달 음식점에 말을 못하는 분들이라고 하니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나니 비로소 ‘국화빵 10개 2000원’이라고 쓴 큼지막한 종이가 눈에 들어온다. 말을 못하니까 이렇게 써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가슴을 쿡 찌른다. 박노해는 “우리 모두 자기 삶의 최고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2010-10-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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