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열혈 엄마/육철수 논설위원
수정 2010-08-30 00:02
입력 2010-08-30 00:00
학원에서 ‘사회문화’를 수강하는데, 고3 학생과 재수·삼수생들 틈에 끼어 공부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닌 모양이다. 일요일에 3시간 수업하고 돌아오면 온몸이 쑤셔 녹초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고3일 때는 공부가 힘든 줄 몰랐는데 장난이 아니란다. 하지만 아들과의 소통에 물꼬를 튼 게 큰 소득이라고 자랑했다. 예전 같으면 “공부가 뭐 그리 힘드냐. 다들 하는 건데.”라고 다그치곤 했는데, 요즘엔 “많이 힘들지?”라고 등을 토닥여 준다고 했다. 열혈 엄마가 따로 없다. 어떻게 수험생 체험까지 생각했을까.
나는 재수하는 둘째딸을 밤늦게 학원에서 데려오는 일도 귀찮아 죽겠다. 우리 딸이 이 사실을 알면? 아빠노릇 이렇게 얼렁뚱땅 하니까 존경받긴 글렀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10-08-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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