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제비/이춘규 논설위원
수정 2010-05-06 00:00
입력 2010-05-06 00:00
제비들의 군무는 단연 압도적이다. 눈물나게 반갑다. 20여마리 제비들이 10분 이상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집단으로 춤을 춘다. 귀한 봄손님들이다. 30년 넘은 서울생활에서 지지배배 노래하는 제비무리를 만난 건 처음이다. 자연환경 복원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나. 상상조차 행복하다.
어릴 적 고향집에는 제비들이 매년 집을 켜켜이 쌓아올려 10층 이상, 높이가 30㎝쯤 됐다. 받침대를 해주고, 알을 품을 때는 숨도 참아가며 정성을 쏟았다. 집은 헐렸고, 새로운 집에는 이제 제비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생활 중 만난 제비무리가 고맙기까지 하다. 선한 사람들에게 행운을 듬뿍 가져다 준다는 제비. 힘겨운 영혼들에게 제비의 행운을 빌어 본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5-06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