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알파걸/함혜리 논설위원
수정 2009-09-15 00:20
입력 2009-09-15 00:00
조금 지나서 보니 사내아이들은 공차기를 멈추고 모여 앉아 진지하게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아이 엄마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들끼리 나이를 견주며 누가 형이고, 아우인지를 따지고 있는 것이란다. 중간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자랑스럽게 손가락을 활짝 펼쳐보이며 “다섯살요.” 한다. 요것들 봐라. 벌써부터 서열을 따지고 있다니. 옆에서 기웃거리고 있던 여자아이는 뭘하고 있었을까. 서열 따위는 관심 밖이라는 듯 ‘오빠들’이 갖고 놀던 공을 독차지하고 흐뭇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미래의 알파걸을 보는 것 같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9-09-15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