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방파제’ 외환보유액 순위, 비공개 명분 없다
수정 2026-10-01 01:38
입력 2026-09-30 20:58
한국은행이 최근 외환보유액 국제순위를 비공개로 바꾸면서 재정경제부와 비공식 논의해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순위가 내려가자 한은과 정부가 짬짜미로 순위 삭제를 결정한 것이다.
한은이 어제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은 국제국은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국제순위 표를 제외하기 전 재경부 측과 의견을 교환했다. 그런데 25년 넘게 발표해 온 중요한 대외 경제 지표를 삭제하면서 한은과 재경부는 기록이 남는 회의를 하지 않았고 ‘비공식 논의’만 했다. 한은과 재경부가 순위 비공개에 대해 상당 기간 공감대를 형성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해명이다.
한은은 지난달 3일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매달 공개해 온 국가별 외환보유액 순위를 별다른 설명 없이 삭제했다. 순위를 뺀 것은 2001년 2월 도입 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 12월 세계 9위에서 올해 1월 10위, 2월 12위, 5월 13위 등 이례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라 논란이 일었다.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외환보유액을 통해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 하락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은 “순위가 자주 바뀌어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괴리된 해석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시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외환보유액 순위가 해석의 차가 있더라도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 경제의 대외 지급 능력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한은은 순위를 알고 싶다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각국 중앙은행 통계 등 공개된 자료를 통해 조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불편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정책 평가에 유리한 통계였다면 과연 비공개 전환했을지 궁금해진다. 한은은 이제라도 국제순위 등 외환 정보를 더 상세히 공개하고 관련 정책 수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26-10-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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