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북·노원 국평 전세도 10억… 이사철 벼랑 몰린 세입자들
수정 2026-09-21 00:37
입력 2026-09-20 21:18
연합뉴스
서울 전월세 시장에 균열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9월 둘째 주까지 7.79%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16%의 4.7배를 기록했다. 서울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10억 넘는 국민평형(84㎡) 전세가 성북·동대문·노원구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매매와 전세 상승률 모두 서울 1위인 성북구는 매매가 14.01%, 전세가 12.84% 올랐고, 동대문구와 노원구도 두 자릿수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축을 중심으로 전세 기준점 자체가 한 단계 올라서는 추세다.
균열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2022년부터 착공이 부진해지면서 입주 물량이 쪼그라들기 시작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은 1년 새 58% 급감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져 수도권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 비중이 2012년 72%에서 지난해 38%까지 떨어졌다. 갱신 청구권으로 버티는 세입자가 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어든 데다 8·3 세제개편 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면서 임대 공급은 더 쪼그라들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는 수치보다 더 거칠다. 갱신 청구권으로 버티던 세입자가 2+2년 만기를 맞으면 시세대로 재계약해야 한다. 그새 뛴 전세금 수억원을 추가로 마련하거나 짐을 싸야 한다. 새 전세를 구하려고 하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넣는 ‘노 룩 계약’이 나올 만큼 매물 경쟁이 치열하다. 부족한 보증금만큼을 월세에 얹어 반전세로 돌리거나, 월 평균 130만원을 넘어선 서울 주택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서울 바깥으로 내몰린다. 경기도로 옮겨도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에 저축은커녕 내 집 마련은 더 멀어진다.
당장 밀려나는 세입자들에게는 ‘닥치고 공급’ 구호도, 매입임대 확대나 용산공원 주택개발 계획도 공허하게만 들린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의 벼랑끝 전세난은 외면하면서 언발에 오줌 누기로 시간을 때우는 것처럼 비친다.
2026-09-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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