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은 사업장 ‘무급 휴일’… 근로자 권리 차별, 속히 시정돼야
수정 2026-09-21 00:36
입력 2026-09-20 21:16
연합뉴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절반 이상은 명절 등 공휴일에도 유급 휴일을 인정받지 못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어제 발표한 조사 결과다.
근로기준법은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의무화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조사했더니 ‘빨간 날 유급으로 쉴 수 없다’는 응답이 28.8%였다. 이런 답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56%로 300인 이상 사업장(16%)의 3배가 넘었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적용 대상이며 일부 규정은 대통령령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된다. 주52시간 및 연장·휴일·야간근로 수당,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조사·조치 의무, 경영상 해고 제한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2024년 기준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체 수는 132만개로 전체 사업체의 63%, 종사자 수는 318만명으로 전체의 17%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위해 근로조건의 최저 수준을 정한 법이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최저 기준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의 취지는 물론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 이를 악용해 사업장 규모를 4인 이하로 나누는 ‘사업장 쪼개기’ 등의 탈법 행위도 발생한다. 열악한 환경의 근로자가 법의 보호에 더 취약한 역설적 상황이다. 최저임금법, 고용보험법 등 다른 근로관계법률이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점과도 배치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법 제정 이후 꾸준히 적용 제외를 촉구해 왔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번번이 발의됐지만 영세 사업장의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이유로 폐기됐다. 제외 규정이 많아 한꺼번에 적용 범위를 넓힐 경우 사업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영향력이 클 수 있다. 그렇다면 단계적 경과 규정 마련, 사용자에 대한 재정지원 등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사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근로자 수에 따른 법적 보호망 차별은 속히 개선돼야 한다.
2026-09-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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