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청, 국정 지지율 상승 여론 오판해선 안 된다
수정 2019-11-05 01:10
입력 2019-11-04 22:34
민주당이 어제 연 의원총회도 쇄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소통을 많이 해 가며 당을 역동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쇄신 요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철희, 표창원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쇄신론과 지도부 책임론의 불씨를 댕길 때만 해도 당 내부의 자정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쇄신보다는 총선 승리를 위한 내부 결속 분위기로 돌아선 모양새니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실정의 책임을 어물쩍 회피하면서 무슨 낯으로 다음 총선에서 표를 요구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한술 더 뜬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강기정 정무수석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삿대질과 호통을 쳤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을 묻는 질의에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경제 악화와 교육 혼란, 민심 갈등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상황과는 동떨어진 현실 인식이다. 국회를 무시하고, 현실과 괴리된 판단에 갇혀 있는 청와대 참모진의 존재는 국민에게 불행이다.
어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전주보다 1.8% 포인트 오른 47.5%였다. 청와대와 여당이 혹여나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지지율만 믿고 쇄신 없는 독선과 오만한 행보를 계속 이어 갈까 걱정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당청이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길 바란다.
2019-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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