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렴대옥·김주식 평창 출전 막은 北 횡포
수정 2017-12-02 00:35
입력 2017-12-01 17:54
2015년부터 호흡을 맞춘 이들은 올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3위에 오르면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때 기자회견에서 김주식은 “기쁘다. 연기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응원해 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참가를 묻는 질문에는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았다”고 대답을 피했다. 북한 당국이 평창과 관련된 답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줬을 것이다.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평생을 꿈꿔 온 올림픽 출전이 좌절돼 눈물을 쏟은 선수들은 있었지만, 국가 결정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은 20세기 냉전시대에나 있던 일이다.
렴·김 페어를 평창에서 볼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고려하는 와일드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말 최종 엔트리 등록 때까지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IOC와 해당 종목의 국제연맹이 합의하면 와일드카드를 써 출전할 수 있다. IOC는 북한 참가를 위해 공을 들여 왔으며, 참가에 드는 비용도 전액 지원할 뜻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촉구하고 있다.
렴·김 두 선수는 지난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세계적인 지도자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와 함께 전지훈련을 했다. 이들이라고 겨울 스포츠 최고의 제전인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마르코트 코치는 “선수들은 정치와 스포츠의 경계에서 표류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스포츠맨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고 한다. 지구촌의 평화와 화합을 일구는 올림픽에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불참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더욱이 개인의 꿈을 국가가 짓밟는 횡포를 부려서는 안 된다.
2017-1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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