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ECD 3위 세비, ‘눈먼’ 특수활동비 다 줄여야
수정 2016-07-05 21:19
입력 2016-07-05 20:42
그제 노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반값 세비’나 특수활동비 폐지 등을 거론했을 때 여야 의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노 의원 본인도 내심 자신의 제안이 전폭 수용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의 제안을 때만 되면 나오는 인기영합성 발언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20대 의원의 세비가 연 1억 4000만원으로, OECD 회원국 중 1인당 국민소득에 견줘 미국·일본 다음이라는 통계를 보라. 임기 중 겸직 금지를 고려하더라도 항공기와 KTX 무료 이용에다 연 2회 이상 해외 시찰, 그리고 정책개발비 지원 등 온갖 혜택을 고려하면 미·일에 비해서도 결코 낮지 않다. 굳이 “세비를 반으로 줄여도 근로자 평균임금의 세 배”라는 노 의원의 지적을 들먹일 필요도 없을 정도다.
이처럼 우리나라 세비는 의원 1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전체 국고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반값 국회’도 아닌, ‘반값 세비’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까닭이 뭐겠나. 진영 논리에 갇혀 무한 대치를 일삼는 여야가 세비 인상 등 의원 기득권 지키기에는 늘 한통속이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야당 의원이 지난달 13일 개원한 20대 국회에서 첫달치 세비 880만원을 받고 너무 적다고 푸념하는 판이 아닌가. 혹여 ‘반값 세비’에 냉소적인 의원들이 있다면 얼마 전 외신을 통해 전해진 미국 메인주 지사 부인의 사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가계를 돌보면서 불과 연봉 7만 달러(약 7900만원)를 받는 주지사 남편을 내조한다니 말이다.
박봉에도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는 선진국 의회에 비춰 우리 국회의 자화상은 노 의원의 말처럼 부끄럽다 못해 처절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비의 다과보다 더 큰 문제가 의원들이 국고를 불투명하게 축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19대 국회에서 특수활동비를 유용해 물의를 빚은 사례가 어디 한둘이었나. 한 여당 상임위원장은 부인 생활비로, 다른 야당 위원장은 자식 해외 유학비로 특수활동비를 탕진한 게 한국적 특수성이 아닌가. 그러고도 문제점을 고친다더니 그때뿐이었다. 여야는 차제에 세비나 특수활동비를 다만 얼마라도 줄이고 투명하게 사용함으로써 20대 국회에서는 떳떳한 의정 활동을 하기 위한 자계(自戒)의 징표로 삼기 바란다.
2016-07-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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