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재벌 ‘주식 먹튀’ 엄벌 외엔 해법 없다
수정 2016-05-20 00:42
입력 2016-05-19 23:32
김 회장은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계열사 4곳의 수백억원대 주식 수십만 주를 차명으로 보유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 두 달 전인 2014년 10월 말 동부건설 주식 62만주를 매각했다. 김 회장은 미공개 정보로 동부건설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 또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차명 보유 및 매도 사실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 측은 금융실명제 개정안 시행 전까지 차명 주식을 처분한 것일 뿐 법정관리와는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자본시장법상 ‘내부자’로서 법정관리 불가피성 등 내부 정보를 활용한 정황을 파악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가족 3명과 함께 계열사로부터 연말 결산 배당금 1114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회장은 회사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지인으로부터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30억원어치의 보유 주식를 팔았다. 한진해운의 빚은 지난해 말 현재 5조 6000억원에 이른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속에 직원들이 길거리에 나앉든 말든 제 보따리만 챙기는 몰염치의 정점이다.
해운·조선을 시작으로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주주에 대한 책임론이 만만찮다. 김 회장과 최 전 회장은 대표적인 양심불량 기업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수익은 제 주머니에 넣고, 손실은 사회에 떠안긴 것이다. 혐의를 끝까지 철저히 파헤쳐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 부실을 책임지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철퇴를 안겨야 한다. 국민 세금을 쏟아붓기 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도 최소한 동의할 수 있다.
2016-05-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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