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능 덮친 프라임 사업 후폭풍에 손놓은 교육부
수정 2016-05-06 21:53
입력 2016-05-06 21:04
이런 난리통이 또 없다. 취지가 어떻든 나라 안의 대학들이 한꺼번에 벌집 쑤셔진 모양새는 딱하다. 백번 접어 대학들이야 마음의 준비라도 해 왔다고 하자. 프라임 사업의 영향을 당장 올해 수능부터 적용받게 된 고3 수험생들은 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들은 공대 신입생을 4429명 늘리고 인문·자연과학·예체능 계열 신입생은 그만큼 줄일 계획이다.
대학 입시 문·이과 정원의 변동 규모가 하루아침에 수천 명이 넘었으니 고3 교실은 지금 ‘멘붕’이다. 문과 학생들에게는 수능시험을 불과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입시가 바늘구멍이 된 셈이다. 갑자기 이과로 옮길 수도 없으니 발만 구른다. 지난해 4월 발표된 2017학년도 대학별 입시안을 기준으로 진학 계획을 세운 학생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기가 막힐지 교육부는 상상이나 해 보고 있는가. 정원 조정은 물론이고 프라임 사업의 개편안을 내년도 입시부터 적용하겠다는 예고 한마디가 없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숨이 턱에 차는 대입 수험생들이다. 졸속 입시안을 이달 말에 다시 발표하겠다니 어처구니없다. 학생들은 진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교육이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번갯불에 콩 튀기기다. 현 정부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셈법인지 일언반구 없이 불구경하고 앉은 교육부는 대체 뭐하는 곳인가.
교육부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조직인지 의심스럽다. 곳곳에서 교육부 폐지론이 괜히 불거지고 있는 게 아니다. 국민, 더군다나 힘겨운 수험생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보호 원칙을 지켜 주는 것은 정책의 기본 중 기본이다. 말도 안 되는 이 혼란을 지금에라도 교육부는 수습하라. 그러지 않으면 용납할 수 없는 직무 유기다.
2016-05-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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