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무소속 돌풍의 의미를 알기는 하는가
수정 2016-04-08 18:06
입력 2016-04-08 18:00
홍 후보는 지난 7일 발표된 YTN 여론조사에서 48.8%의 지지율로 26.0%에 그친 새누리당 양명모 후보를 20% 포인트 이상 눌렀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양 후보를 압도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천 과정에서 국민을 실망시켜 죄송하다. 용서를 받아 주시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읍소 작전을 벌이며 ‘반성과 다짐의 노래’라는 이른바 ‘반다송’을 부르는 모습을 공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급해진 양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어 삭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새누리당은 자만하고 오만했다”면서 “대구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다”고 사죄했다고 한다.
텃밭에서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의 모습을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 더민주다. 홍 후보는 19대 국회 더민주에서 이른바 TK(대구·경북) 지역의 유일 현역 의원이었다. 하지만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는 그를 공천에서 ‘컷오프’시켰다. 더민주가 공천을 주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천 탈락 결정이 내려지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홍 후보도 “야당 불모지에서 표밭을 일구느라 중앙 정치에 소홀했던 특수한 상황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총선이 목전에 다다른 상황에서도 홍 후보의 지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유권자들이 더민주 공관위 결정을 여전히 수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마디로 이곳 민심은 여당도 제1 야당도 싫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은 주목할 만하다. 공식 선거운동 막바지에도 안정적인 지지율로 선두를 고수하는 무소속 후보는 전국적으로 두 자릿수에 이른다. 물론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니 실제 개표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와 더민주 모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오늘 이 시점에서 실감하는 ‘민심의 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면서 ‘한 표’를 읍소하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득권 정치에 반감을 갖는 유권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새누리와 더민주뿐이겠는가. 국민의당도 호남을 제외하고 어디서도 의미 있는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깊이 되새겨야 한다.
2016-04-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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