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세돌 1승이 우리에게 준 희망
수정 2016-03-14 19:05
입력 2016-03-14 18:08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을 보면서 우리는 희망마저도 잃는 것 아니냐 하는 공허감과 충격을 가졌어야 했다. 그러나 인간의 대표로 출전한 이세돌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 ‘신의 한 수’가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어쩔 수 없는 한 수’로 희망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것이 온 국민이 열광하고 희망을 노래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기념비적인 바둑 대결은 이 밖에도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선 멀게만 느껴지던 창조경제라는 화두가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됐다. 창조경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교육이다. 창조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지식의 축적과 융합에서 나온다. 개발시대 교육은 기계화된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있었다. 이렇게 성장한 한 분야의 전문가는 기계인 로봇과 다를 바 없다. 창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절름발이 교육이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부와 각급 학교 책임자들은 이세돌이 영국에서 태어나고 허사비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두 사람의 역할이 서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융합과 창조를 외치면서도 기초과학과 인공지능이라는 응용과학 분야의 빈약한 투자에 대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세돌의 연패 소식에 인공지능과 사물인식 및 가상현실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 우선을 두고, 연구인력의 인건비 비중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 방증이다. 연구에만 집중해도 먹고사는 문제를 국가에서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이나 다름없다. 이세돌의 1승을 교훈 삼아 ‘희망의 과제’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겨 나가야 한다.
2016-03-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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