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면죄부받은 공군총장 스스로 거취 결정하라
수정 2015-05-22 19:55
입력 2015-05-22 17:56
군 당국이 밝혀낸 것은 최 총장의 비리보다는 가족들과 관련된 사적인 내용들이 주류를 이뤘다. 최 총장 부인과 아들은 수시로 관용차를 사적 목적으로 이용했고, 최 총장 부인이 딸 집을 방문할 때 운전병에게 도움을 요청해 커튼을 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장교가 왕진해 총장 관사 애완견을 진료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 총장 가족들 모두가 공(公)과 사(私)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군 의무복무를 이행 중인 사병들을 함부로 대했다는 정도의 내용이다. 이번 감사는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최 총장이 스스로 군 당국에 감사를 요청한 대표적인 ‘셀프 감사’였다. 전반적인 직무 감찰도 아니고 회계감사에 국한된 상황이라 애초부터 면죄부를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군 당국의 이런 소극적 감사 결과에도 잘못이 드러나자 최 총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는 군 당국과 다르다. 최 총장은 총장 취임 이후는 물론이고 영관 장교 시절에도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현역 공군 총장이 엄중 경고 조치를 받은 것 자체가 명예를 목숨처럼 여겨야 하는 군인으로서 치욕적인 일이다. 최 총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했지만 공군 수장으로서 리더십에 너무도 큰 상처를 입었고 이런 리더십으로 군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군 기강 해이와 방산비리로 얼룩진 군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라도 문제가 있는 군 수뇌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좋은 선택이다.
2015-05-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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