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상봉, 일회성 넘어 상시화 기틀 만들어야
수정 2014-01-27 00:00
입력 2014-01-27 00:00
하지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상봉 행사가 임박해 북한이 또다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손바닥 뒤집듯 합의를 번복해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우리 측과 합의한 상봉 행사 예정일을 불과 나흘 앞두고 무산시켜 이산가족들을 실망시킨 바 있다. 비록 이번에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달 초만 해도 ‘키 리졸브’를 문제 삼아 우리 측의 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제의를 거부했다. 그런 점에서 아직 낙관은 금물일 것이다.
까닭에 이번에야말로 일회성에 불과하고, 그나마 북한의 변덕으로 수시로 중단되곤 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정례화, 상시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이산가족들은 전쟁과 분단으로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혈육과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혈육 상봉을 열망해 온 그들의 수십년 묵은 한을 풀어주는 것은 남북한 정부가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무한책임이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 9264명으로 이 가운데 지난해에만 3841명이 사망하는 등 전체 상봉 신청자의 44.7%인 5만 7784명이 이미 고인이 됐다.
지금까지 북의 혈육과 만난 남측 이산가족은 187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청자의 2%도 채 안 된다. 지금처럼 불과 몇 백명씩 몇 년에 한 번 만나서는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이 혈육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한 많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이산가족들이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남북 간 획기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기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보다는 판문점 등 남북 접경지역에 새 시설을 만드는 게 안정성 측면에서 나을 것이다. 차제에 개성공단과 마찬가지로 이산가족 상봉 역시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중단될 수 없도록 합의하는 방안에 대해 남북이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14-01-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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