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외면한 혁명의 末路 보여준 이집트
수정 2013-07-06 00:32
입력 2013-07-06 00:00
군부 쿠데타에 의한 무르시 정권의 퇴진은 이집트가 당면한 총체적 난제의 결과물이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의 부재, 지도력의 부재가 혼란을 불렀다. 대내외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범한 무르시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집권 후 자신이 속한 강경 이슬람 정파인 무슬림형제단을 등에 업고 이슬람 통치를 강화하는 등 독선적 행태를 이어갔다. 율법을 앞세운 ‘파라오 헌법’을 밀어붙이고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등 사회 통합과 거리가 먼 행보로 다른 정파와 시민들의 불만을 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르시 정권에 대한 군부의 반발은 더해만 갔다. 지난 60년간 정치권력과 이집트 경제의 40%를 틀어쥐고 막대한 이익을 누려온 군부는 지난해 민정 이양 후 무르시 정부가 예상과 달리 자신들에게 강경하게 맞서자 야권 정파들을 움직여 무르시 정권을 흔들었고, 결국 뜻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군부와 각 정파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를 떠나 도탄에 빠진 민생이 무르시 정권을 무너뜨린 직접적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재정 악화로 인해 빵과 유류에 대해 지급하던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그나마 물량조차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면서 민심 이반에 불을 붙인 것이다. 2년 전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내몬 것도 결국 식량위기에 봉착한 성난 민심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이집트 사태는 민생을 챙기지 못하는 정권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과거 군사정부의 빛과 어둠 속에서 민주화, 선진화를 이뤄낸 우리로서는 지난 2년여에 걸친 이집트의 혼란이 결코 먼 나라의 얘기일 수만은 없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과 민생을 소홀히 하는 무능한 정부, 그리고 사분오열된 사회가 나라를 어떤 지경으로 몰아넣는지 눈 부릅뜨고 봐야 한다.
2013-07-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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