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자치’ 제 역할 하도록 공천폐지 서둘러라
수정 2013-04-11 00:14
입력 2013-04-11 00:00
그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주민들이 분명히 지역의 일꾼으로 뽑아줬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생활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소속 중앙당에만 신경을 써 온 게 사실이다. 서울의 구의원만 하더라도 지역구 의원에게 5000만원 헌금을 해야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까지 나돌 정도로 ‘공천 헌금’의 폐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돈줄’이라고 불리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이들은 총선·대선 때 당 선거운동원으로 뛰어야 한다. 주민들을 위한 생활정치와는 거꾸로 가는 이런 정치 행태는 모두 정당과 지역 국회의원이 이들의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는 탓이다.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공천권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4·24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기초단체장 2곳과 기초의원 3곳 모두를 정당 공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지역구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을 바꾼 것도 의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아예 이런 논의조차 없이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기초자치’ 공천권 폐지에 무심한 민주당의 속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정치권은 국민의 여론에 또다시 떠밀려 기득권을 내려놓기보다는 자신들이 약속한 대로 ‘기초자치’ 공천권을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8일 임시국회가 문을 열었건만 여야는 ‘기초자치’ 공천권 폐지 입법화를 논의할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개혁을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기초단체와 기초의회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초자치’ 정당공천권부터 당장 내려놓아야 한다.
2013-04-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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