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무늬만 국제교류’는 그만두라
수정 2012-09-05 00:00
입력 2012-09-05 00:00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부지기수다. 우선 교류 결연 국가가 중국(475건), 일본(172건), 미국(130건)에 집중(777건, 66%)돼 있다. 심지어 대구·광주·대전 등 10개 지자체는 중국 선양시와 동시에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지자체가 중복교류 중인 외국 도시만도 120개에 이르는 실정이다. 지자체별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주먹구구식 중복교류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특정 외국 도시에서 배울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으나, 생각도 없이 남이 하니까 줄줄이 따라가는 행태는 고질적인 문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류를 구실로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이 해외 나들이를 한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많다. 단체장이 실적용으로 추진했다가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래서는 행정력을 낭비하고 혈세만 갖다 버리고 말 것이다.
시대 조류에 맞춰 지자체들은 특성에 따라 문화·관광, 경제, 행정,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펼쳐야 한다. 전문가를 영입·육성하고 특정 분야에서 모범적인 외국 도시를 고르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교류에 앞서 지역발전과 주민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교류 도시가 1000곳에 육박하는 지금, 지역은 얼마나 발전했는가. 투자나 관광객 유치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두 도시의 관계자들이 지역행사 등에 축하사절로 그저 왔다 갔다 하는 ‘무늬만 교류’라면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나을 것이다.
2012-09-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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