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들 얌체짓에 서민만 고통받는다
수정 2011-09-06 00:34
입력 2011-09-06 00:00
이렇게 된 데는 금융당국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3%대를 웃도는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을 손보기 위해 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한 게 화근이었다. 기준금리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이라는 카드를 쓰지 않고 창구지도로 유동성을 줄이겠다고 나서면서 일을 그르쳤다. 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조치가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프로답지 못하다. 더 고약한 것은 시중은행들의 비뚤어진 영업방식이다. 금융당국의 잘못을 은행권이 교묘히 악용하는 바람에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과 서민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눈앞의 예대마진에만 매달리지 말고 종전의 금융기관 역할에 좀 더 충실했으면 한다. 매년 영업이익을 1조~3조원 내는 우량 시중은행들이 ‘통큰 서비스’는 못할지언정 서민층의 허리를 더 휘게 해서야 되겠는가. 가계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 첫번째 피해 당사자가 시중은행이란 점을 알았으면 한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을 쥐어짜서 관리하겠다는 구태의연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규제만으로 되지 않는 만큼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범정부 차원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넓혀 나가야 한다. 소득이 늘고 신규 일자리가 창출돼 부채상환능력을 높이는 게 해법이다.
2011-09-0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