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갑을관계 비리’의 전형 보여준 한전 현장
수정 2011-08-12 00:00
입력 2011-08-12 00:00
문제는 이번에 밝혀진 것 말고 하도급 비리 행태가 한전 내부에 뿌리 깊게 박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수년 동안 수십명이 하도급 비리에 간여해 왔다는 것은 그만큼 하도급 비리가 관행적이고 구조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얘기다. 한전은 부인하고 있지만 대개 하도급 비리는 현장 직원과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상위 직원들 간의 보이지 않는 방조 내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전은 금품과 향응 수수, 횡령 등이 적발될 때는 금액과 상관없이 세번 징계를 받으면 해임하는 등의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이것만으로 하도급 비리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고강도 대책이 나와야 비리 불감증을 깨울 수 있다.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들에 모범 사례가 될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 다음 추가적인 제도 개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는 한전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하도급 비리 근절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내놓은 하도급 직불제 등도 참고할 만하다. 형식적인 하도급 부조리 센터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청렴도 평가에 하도급 비리 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2011-08-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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