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청 대형이슈 혼선 서둘러 정리하라
수정 2011-06-08 00:30
입력 2011-06-08 00:00
청와대의 반대 의견에 대해 한나라당은 세 갈래 반응이다. 소장파는 강력 반발하고, 친이계는 찬성하며, 지도부와 친박계는 애매한 입장을 보인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청와대 의견을 거부하면 여권 분란만 더 키우게 된다. 이를 수용한다면 줏대 없는 청와대 거수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으로서는 중수부 폐지가 다된 밥인 줄 알았다가 예상치 않은 반격을 당했다. 이래저래 정국 혼란을 초래하면서 후유증은 불가피한 국면이다.
중수부 폐지 문제는 거악(巨惡) 척결의 방법론과 관련해 고도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청와대는 권력의 최고 핵심부인 만큼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뒤늦은 개입으로 혼선을 초래한다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사개특위에서 대안들이 거론될 때 의견을 내든지, 한나라당과 조율을 거치든지 했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와대는 신공항, 과학벨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등으로 뼈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을 미루다가 국론 분열과 국정 혼선을 초래했다. 국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 못지않게 그 시점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예측 가능한 국정으로 이어지고, 엉뚱한 혼선을 가져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7·4 전당대회 규정을 놓고 신·구 주류 간에 충돌을 빚고 있다. 새 원내 지도부가 설익은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면서 대형 이슈들이 더 쌓였다. 국가 재정을 압박하느냐, 이명박 정부의 국정 기조를 흔드느냐 등을 둘러싸고 여-여 갈등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런 사안들을 방치하면 국정 혼란은 가중된다. 여권 내 조율 기능을 조속히 정상화해야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당·청이 언제든지 머리를 맞대야 가능해진다.
2011-06-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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