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제역 참화 농식품부 책임부터 따져봐야
수정 2011-01-19 01:06
입력 2011-01-19 00:00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된 것을 비롯해 겨울철 특수를 노리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행사 취소, 구제역에 따른 경기침체 등까지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추산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이번 구제역이 사상 최악으로까지 치닫게 된 주요 원인으로 초기 대응 미흡이 꼽히고 있다. 방역당국은 최초 발생지인 안동 주변의 소규모 피해로 그칠 것으로 보고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살처분하는 쪽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판단이 화(禍)를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백신 접종을 하면 6개월이 지나야 청정국 회복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살처분한 경우에는 3개월이 지나면 회복신청을 할 수 있다. 청정국이 되면 수출도 할 수 있다지만 지난해 육류수출액은 20억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미국과 호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도 아니어서 청정국이 된다고 해서 수입할 때 유리할 게 별로 없다. 그런데도 청정국 지위에 연연하다 백신 접종 시기를 놓쳐 결과적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백신 접종은 지난해 12월 25일 경기도로 확산된 뒤에야 이뤄졌다.
아직 구제역의 원인과 확산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는 등 총체적인 시스템 미비도 문제지만, 1차 방역을 책임진 농식품부는 구제역 참화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나 구제역 홍역을 치렀음에도 정부, 정치권, 축산농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나라, 조직이라면 희망은 없다. 다시는 구제역 재앙이 없도록 정부, 축산농가 모두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2011-0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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