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하다! 오은선
수정 2010-04-28 00:48
입력 2010-04-28 00:00
안나푸르나가 어떤 곳인가. 1999년 한국 여성 최초로 4좌를 완등한 뒤 하산길에 실종된 지현옥 대장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당시 막내대원이었던 오은선에게 험난하기로 악명 높은 안나푸르나는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뼛속 깊은 상처와 회한의 장소이다. 그랬기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오히려 더 이를 악물고, 스스로를 다잡았을 것이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고미영을 지난해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깊은 슬픔도 그의 지친 등을 떠미는 힘이 됐을 것이다.
오은선이 신이 허락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14좌 완등을 이뤄낸 데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강철 같은 의지, 강한 승부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몸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배낭을 짊어진 채 12좌 무산소 등정을 해낼 수 있을 만큼 타고난 체력도 한몫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열정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일이다. ‘작은 거인’ 오은선이 정복한 건 안나푸르나가 아니라 인간 한계이다. 그는 수년간 1년의 절반을 히말라야에서 보내며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불가능은 없다는 인간 본연의 희망을 보여줬다. 오은선 대장을 비롯한 일행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원한다.
2010-04-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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