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대응 아쉽지만 차분히 지켜보자
수정 2010-03-31 01:12
입력 2010-03-31 00:00
군의 초기 대응부터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해저 탐지 능력을 갖춘 기뢰함은 10시간 후에 출발했고, 구조함은 늑장 출동했다. 사고 지점에서 50m도 채 안 되는 곳에 침몰한 함미 부분을 찾아낸 것도 군함이 아니라 어선이었다. 해군 함정 4척이 먼저 도착했지만 58명을 구조한 것은 해경 함정이었다. 군은 장비 투입이 늦어지고, 엉뚱한 곳에서 수색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마지막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가 산소를 모두 소진해 버렸을지도 모르는 승조원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늑장 구조와는 반비례해서 갖가지 의혹은 줄을 잇고 있다. 군이 오락가락하는 분석을 내놓고, 보안에 급급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앞으로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대응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무엇인지, 사고 재발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책임질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누가 져야 하는지도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도 빠뜨려선 안 되지만 나중에 따질 일이다.
군은 인내심을 갖고 생존자를 찾아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지금은 대응이 미흡하다고 군에 책임을 추궁할 때도, 군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엉뚱한 데 힘을 허비할 때도 아니다. 잠수요원들이 선체 부분을 망치로 두드리고 또 두드려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이르다. 69시간이 지나도 생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010-03-3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